OPEN NOTE 옷장지기 생각노트


[열린옷장 독서클럽_9회차 후기] 동생

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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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서모임은 원래 다른 책을 고르려고 했다. 몇 가지 후보를 생각해두고 직접 책을 보고 결정하려고 교보에 갔다. 그런데 매대에서 이 책을 보고는 사로잡혀버렸고, 결국 이번 독서모임의 책으로 결정해버렸다. 책을 구매할 때 사실 한 번도 띠지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매대에 깔린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띠지가 눈길을 끌었고, 덕분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으로 띠지를 만드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다. 〈첨밀밀〉을 집필한 작가의 책이라니, 당연히 너무 궁금해지게 만드는 마케팅이 아닌지?

b83e123447a0c.jpg이 책은 홍콩에서 태어난 누나 탄커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열두 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동생 탄커러를 바라보는 누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우리에게 두 남매가 혼란스러운 홍콩 속에서 어떻게 자라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글을 읽다 보면 당연하게도 홍콩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진다. 주인공이 접하는 노래, 영화, 시 구절들은 내가 아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것들이라 책 속에 나오는 이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단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홍콩을 다룬 이야기를 보면 리뷰에 꼭 ‘그때의 홍콩이 그립다’는 말이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때의 홍콩은 뭘까.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결국 홍콩의 자유로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탄커이와 탄커러가 거리에 나가고, 좌절과 우울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거리에 남았던 이유는 결국 홍콩을 위해, 홍콩에 살고 있는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자유를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떠났고, 떠난 곳에서도 자유롭지 못한다. 현상수배가 떨어지고 사생활은 침해되며, 심지어 홍콩을 떠난 뒤에도 감시와 협박은 계속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차라리 홍콩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걸 온전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탄커이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이며,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본 영화의 대사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눈을 감아도 내 모습이 안 보여, 하지만 네 모습은 보여.” 누군가를 뚜렷하게 마음속에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믿고, 의지하고, 소망하는 마음. 결국 탄커이가 동생 탄커러에게 느꼈던 것은 단순한 가족애가 아니었던 것 같다. 탄커이는 탄커러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고, 자유를 살아가는 그를 지켜보고 싶어 했다.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보다 탄커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 그게 너무 커져서 어긋나 태어날 생명을 통해서까지 탄커러를 붙잡으려는 마음까지 내가 쉽게 알 순 없겠지만 이 남매가 자유를 얻기 위해 겪은 상처와 아픔, 천천히 무너져 가는 마음들을 보며 힘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좋아하면 정확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는 것처럼 홍콩이 궁금하고 좋았기에 이 책을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홍콩이 겪은 일들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홍콩이라는 장소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선택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정아님

누나 커이는 동생 커러가 태어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작고 귀여운 동생은 애정을 쏟을 대상이 없던 커이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몸의 일부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랑해주었다. 둘은 학교며 조부모님 댁이며 항상 붙어다니며 고향 곳곳에서 추억을 쌓고, 서로에겐 서로밖에 없다는 듯 유대감을 키워갔다.

그러나 홍콩에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동생과 고향은 커이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커러가 학생운동 선봉에 서자 귀엽기만 했던 동생은 염려의 대상이 되었고, 추억 어린 고향땅은 최루탄 연기 자욱한 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국가 폭력 앞에 기껍기만 하던 존재들이 한없이 애달퍼졌다.

커이 역시 바뀌었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생활 기반을 모조리 뒤흔드는 격동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커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버티면서 떠나가는 주변을 붙잡으려 애쓴다. 뜻대로 되지 않고 보상받지 못하는 실상에 심신이 너덜너덜해져도, 고향도 동생도 떠나지 않는다. 아니 떠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처한 환경이 달라질수록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해와 사랑이 항상 같이 가는 건 아니라는 걸 커이를 보며 어렴풋이 깨달았다. 비록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게 가족 아닐까.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게 사랑인 것 같다.


고은님

작중 여러 인물과 연애를 이어가는 탄커이는 오직 탄커러만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기장 길게 사귀고 (본의 아니게)결혼까지 계획한 마이클이 질투할 정도로. 탄커이는 남자친구들을 나름 좋아했고 헤어질 때는 슬퍼서(그리고 분노로) 눈물도 흘렸다. 그렇지만 탄커러에게 외면당했을 때 묘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만큼 사랑의 농도가 다르다. 책을 읽은 내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탄커이는 탄커러를 왜 이리도 사랑하는 걸까?

남매의 부모는 자식들보다 돈과 체면이 더 중요했다. 뭘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지 묻지 않고, 집안에 애인을 들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니 부모의 사랑을, 마음의 안식처를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는 남매의 모습은 불안정하고 위태롭고 서로를 더욱 의지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버티고 싸워도 결국은 무너지는 국가를 보면서 남매는 깊은 무력감에 빠진다. 더는 버틸 수 없어 자살를 도와달라는 탄커러와 임심한 아기를 이용해 동생을 살리려는 탄커이는,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한 만큼 서로를 협박하며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부모도 국가도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탄커이에게는 동생만이 곁에서 안정감을 주는 존재였던 것 같다. 적어도 안전하고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였다면 이들의 결말은 좀 더 밝았을 텐데. 현실 반영된 소설이라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도빈님

주인공 탄커이는 남동생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탄커이가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유에는 어렸을 적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이 한 몫했다. 부모는 탄커이와 남동생을 방치하고 돈벌이에만 집중한다. 자신들의 또 다른 사랑과 인생을 찾아 이혼 후 집을 떠나기까지 한다. 아빠는 어렸을 적 모두가 같이 살던 ‘할머니집’을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무런 아쉬움없이 팔아버린다.  탄커이와 동생 탄커러가 시대와 공명하여 진심으로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국가의 운명에 부모는 좀처럼 아무런 공감도 하지 않는다. 되려 본인 삶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청년들로 치부한다. 탄커이 남매는 집도, 부모도, 국가도 잃었다. 바꿀 수 없는 부조리한 거대한 힘 앞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탄커러는 자살을 결심한다. 자살을 결심한 동생의 상실감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탄커이. 게다가 동생에게 사회의 부조리를 알려준 장본인인 탄커이는 차마 동생을 말리지 못한다. 다만, 본인이 임신했으니 산후우울증을 겪지 않게 그 때까지만 살아있어달라고 부탁한다. 동생의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결혼과 남자, 심지어 자식을 이용한다. 엄마에게 동생이 자살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슬픔을 택하는 건 온전히 동생의 몫이니 존중해야한다고 말한다. 아니, 이게 맞나? 어머니 당신은 왜 정말 분노할 때를 모르시나요?

부조리한 사회 권력은 개인의 삶을 일그러트린다. 국가의 정치적 방향의 불안정성은 경제위기와 세대간 이념갈등을 불러온다. 탄커이는 어린시절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받을 기회를 빼앗겼다.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청춘의 시간이 증발했다. 한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며 만난 사랑을 끝내 뒤틀리게한다. 동생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꾸릴 가정, 일에 대한 비전은 병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권력은 개인이 누릴 일상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동생을 지키려면 모든 것을 버려야만 했다. 자기 자신조차도.

대만이 대만일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 중국.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짓밟은 일본. 광주 시민들을 탄압한 5.18의 전두환 정권.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는 러시아의 푸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지구의 세계 정치 흐름 따윈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 이 시대에도 탄커이와 탄커러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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