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NOTE 열린옷장 생각노트


[열린옷장 독서클럽_10회차 후기] 피프티피플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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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구미가 당기는 장르, 좋아하는 문장 구성인지를 확인 후 선택한다. 그리고 대체로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배드엔딩, 새드엔딩도 좋아하지만, 마무리가 어둡고 무거운 마음으로 끝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와 별개로 열린 결말은 정말 싫어했다. 청소년 시기에는 집중하고 읽던 책 내용이 열린 결말로 끝맺으면 그래서 어떻게 살았는지 끝까지 보여줘야지 라며 신경질을 냈었다. 글은 끝났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완독했다고 느끼기 어려운 찜찜함이 답답했다.

그래서 단편보다 장편, 시리즈 권으로 이어지는 것들을 더 선호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복잡하게 엮이는 인물관계나 짧게 언급만 된 내용이 큰 사건으로 발전되면서 내용 전체를 몰입하게 만드는 그런 스토리 라인이 좋다. 특히 잘 짜인 복선 회수는 다른 오락거리에서 느끼지 못한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피프티피플] 는 책은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리디북스 e북 추천 만화책에서 [위국일기] 라는 일본 만화책을 별생각 없이 구매하고 완전히 빠져들었다. 알고 보니 섬세한 심리 표현과 감성으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유명한 만화책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 깊이 좋아하는 작품과 만났다는 흥분에 바로 전 권을 결제했다. 단행본 7권 분량에서 피프티피플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등장한 한국 소설책에 어리둥절하면서 마지막 페이지에 책 소개문까지 읽고 흥미를 느꼈다. 해외 번역된 만큼 인기 있고, 작가가 직접 읽고 본인의 작품에도 등장을 시켰다는 사실에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이것도 바로 e북으로 결제했지만, 구매 직후 흥미를 잃어 2년간 방치했다.

이번에 독서모임에 읽을 책을 고민하며 e북 구매 목록을 훑어보다 맨 아래 열 번째로 구매한 책으로 발견했다. 줄거리를 다시 찾아봤다. 위국일기도 다시 읽어보았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인지 그제야 알았다. 내 방 책장을 자세히 보니 작년에 구매한 책 중에 또 다른 정세랑 작가님의 책이 있었다. 스토리만 보고 사서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고 아직 손도 안 댔다. 피프티피플. 50명. 내가 좋아하는 흐름이길 바라며 페이지를 넘겼다.

*오른쪽 일본 만화책 위국일기, 왼쪽 정세랑 작가 인스타 게시물







책 소감을 먼저 말하면 기대 이상으로 호감이었다. 처음엔 정말 50명의 단편 이야기인 것에 놀랐다. 한 스토리에 책보다는 여러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 느낌이 강했다. 요새는 온전히 독서를 위한 여유시간 만들기가 쉽지 않아 흐름을 놓치고 까먹은 장편은 거의 안 읽었다. 목차마다(인물마다) 이야기가 짧은 게 나눠서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이 적었다.
소설 속 50명의 삶은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당당히 들어내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마다 무게감은 달라도 각자의 고뇌와 갈등, 암울하고 상처받은 이야기가 주로 많다. 작가는 한 명인데, 정말 50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실제 피프티피플 읽으며 정리한 인물 노트


한 인물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수 없는 것과 내용의 분위기가 계속 바뀌어 전체적인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아쉬웠다. 일상과 죽음, 행운과 불운, 희망과 절망, 설레는 연애와 한순간에 무너지는 비참한 현실이 뚝뚝 끊기면서 교차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호감인 이유는 정교하게 짜여진 인물 관계도였다. 앞에 7번째 이야기쯤에서 관계도가 보일 때 급속도로 올라가는 흥분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특징만 언급되던 인물들이 후반부 메인 스토리로 연결되며 드러나는 개인의 사정들이 정말 재밌었다. 마지막 영화관 화재 장편에서는 흥분을 넘어 폭발했다. 실제로 비명 질렸다. 사실을 얘기하면 책 내용보다 인물관계 정리하는 게 더 즐거웠다. 나에겐 책 내용이나 결말보다 관계도에 짜임새가 더 중요했고 몰입감을 주었다.
주인공이 없는 소설인 만큼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리 짧은 인연이라도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고 끝없이 이어진 삶의 방향을 짚어주는 걸 도와주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정아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50명이 넘는 인물의 이야기가 개인적이고도 유기적으로 펼쳐졌다. 남녀노소가 등장해 누가 읽든 하나쯤은 공감하는 인물이나 문장이 있을 테다. 장편소설인 줄 알았으나 단편 모음의 느낌이 강했고, 시점이 자주 바뀌고 클라이맥스가 없어 단조로웠다. 그래도 등장인물의 비중이 어느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을 것이고 50여 명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의 꾸준함과 성실함에 감탄했다.




도빈
소설 ‘피프피 피플’은 등장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딸이 어릴 때 아내와 사별하고 훗날 재혼한 아빠 ‘문오남’ 얘기가 있다. 어릴 때 엄마를 여의고 고등학생 때 새엄마를 맞이한다. 대학생이 되어 불안정한 연애를 시작한 딸 ‘문영린’ 얘기도 있다. 상처 받은 사람 옆에 또 다른 상처를 지닌 50명의 사람이 있다. 사연없는 사람 없으니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연민을 가지고 소중히 대해야한다는 걸 말하고 싶은걸까. 같은 사건을 두고 수많은 갈래로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예술적 감각으로 풀어낸걸까. 혹은 소설가는 세상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다른 이름의 무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다양한 이의 일상을 상상하고 집요하게 감정을 기록한다.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이의 수많은 고통을 간접경험하며 본능적 거부감을 억누르며 읽어내려간다. 너무 많은 연민을 견디기엔 내 그릇은 작다는 생각이 든다. 한꺼번에 읽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가연

<피프티피플>은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맞춰 읽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의 시점으로 글이 그려지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익숙하게 경험해온 상황을 발견하거나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다 적혀 있지 않아도 인물의 하루와 생각이 그려졌다. 독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51개의 이야기 속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성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다만 장편소설을 기대하고 읽었기 때문에 조금 실망이 되긴 했다. 장편이 주는 긴 호흡의 글은 아니고 그렇다고 단편이라고 치기에도 51명의 이야기를 담기엔 각각의 분량이 너무 짧다. 후반부의 극장 사건도 짧게 지나가서 아쉬움이 남았다. 많은 인물들의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기대했어서 하나의 사건으로만 마무리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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