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설정하면 난 겁이 많아서 호러물을 잘 못 본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소설은 좋아해도 영상 매개체로 보는 건 볼 수 없다. 실제로 중간에 눈을 감고 보지 않는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깜짝 놀래는 연출이 가장 약하다. 하지만 유튜브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공포영화 요약 콘텐는 좋아해서 심심할 때 자주 본다. 스토리가 궁금하지만 직접 해볼 용기가 없어서 타인이 플레이하는 영상으로 대리 만족하는 편이다. 그러다 어쩌다 작년에 친구와 [파묘], [서브스턴스]를 극장에서 보고 난 후로는 공포영화에 조금 재미를 느꼈다. 올해는 [어글리시스터]를 혼자 극장에서 봤다. 혼자가 무서워 인형을 끌어앉고 잔인한 장면에서는 눈을 감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소름돋는 연기가 굉장해서 재밌었다. 언젠가는 공포게임도 플레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 8번 출구는 내 생애 첫 공포 게임이 되었다.
내가 8번 출구를 이번 독서모임 책으로 고른 이유는 단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들른 서점 신간 코너에서 유독 샛노랑 색 커버가 잘 보였다. 스쳐 지나가면서 영화 광고 영상을 봤던 것 같았다. 내용은 모르지만 웃는 아저씨가 소름 돋게 인상 깊어서 영화를 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올해 마지막 독서모임은 색다른 장르를 선택하고 싶었던 터라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게임이 원작인 소설이라니.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개봉되다니. 화제가 될 정도이니 어느 정도 스토리와 연출이 좋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구매한 후 돌아가는 길에 영화 상영관과 게임 구매처를 검색했다.

*실제 게임 플레이한 엔딩 장면
결국 나는 영화, 소설, 게임 3가지 모두 보고 읽고 플레이해봤다.
영화는 특징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공포감을 자극하고, 심리적 압박을 표출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리얼했다. 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사량 도적으로 적고, 거의 혼잣말로 당혹스러움을 표현하는 리액션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루프 공간에 갇서 일방적으로 안내된 탈출 조건대로 움직이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에서 극한으로 치솟는 스트레스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1시간 30분 영화로 압축하느라 생략한 부분이 많았고, 루프를 탈출하는 묘사나 교훈이 잘 이해되지 않아 엔딩 크레딧을 보며 모호한 감정이 들었다.
소설은 영화에서 부족한 설명과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 설명 부족했던 부분이 소설을 읽으니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영상이라는 시각적 연출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영화와 게임과 다르게, 소설은 글로만 전달할 수 있다 보니 3개 중 가장 호러 요소가 약했던 것 같다. 영화 속도에 맞춰 글로 정리한 느낌이라 소설이라고 하기면 전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소설만이 가능한 표현력으로 스토리의 분위기를 독자에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보여서 좋았다. 특정 이상 현상에 맞춰서 페이지를 전체 노란색이라 바꾼다거나 문장에서 한 글자씩 색을 입혀 중요한 메시지 문장을 완성시켰다. 그 중에 한 글자씩 문장을 만든 페이지를 봤을 때 이거 번역할 때 신경 많이 썼겠구나 하고 감탄했다.
게임은 구매할지 말지 시간이 좀 걸렸다. 플레이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정말 공포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갈등이 생겨서 한참을 고민하고, 결국 못 먹어도 고를 진행했다. 스토리가 없는 원작 게임은 첫 화면부터 루프 공간에 갇 바로 탈출을 향해 전진한다. 게임 시작 전 미리 8번 출구 게임에 관한 루프 설정을 찾아봤고 몇 가지 이상 현상을 알고 있었지만 무서워서 관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뻔하게 티 나는 이상 현상 이외는 운으로 찍어서 풀었다. 그래도 1시간 안에 클리어했으니 성공적인 기록이다. 마지막 8번 단계에서 심장이 너무 뛰어서 귀가 먹먹했을 정도였다.
영화, 소설, 게임 3가지 콘텐츠를 모두 즐겨본 입장으로서 저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있으나, 콘텐츠로 즐기기엔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영화는 원작의 실사화한 듯한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소설을 봤으면 꼭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한다.
현실에는 이런 이상 현상이 생기지 않지만, 갈등을 고민하는 머릿속에서는 마치 이상 현상 같은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초조함과 좌절, 미약한 희망에 기대어 계속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가슴 한가운데를 우울함으로 가득 채우고 난 후에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선택하는, 그런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고뇌하는 것이 현실화되면 이런 장소이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되돌아가는 것도. 어느 곳도 가지 않는 것도. 뛰어서 넘어가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을 선택할 때는, 원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으니까 선택하는 상황이 많은 것 같다. 선택 방식을 크게 나뉜다면 상황을 완만하게 해결하는 최선의 선택과 감정을 우선시하는 후회가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껏 내 인생을 어떻게 선택했던가. 앞으로 무엇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은가. 내가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
정아
한 콘텐츠를 게임, 영화, 책으로 즐길 수 있는 미디어 믹스를 제대로 체험해보았다. 호스트 덕분에 게임도 해볼 수 있었는데 게임이 제일 재미있었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파생되어 나온 책과 영화까지, 더 깊이감 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게임과 영화라는 시각적 임팩트가 강한 매체에 비해 비교적 심심한 종이 매체에서 어떻게 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여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배경 이미지를 삽입해 몰입도를 높이거나 인물의 감정 변화에 맞춰 종이 전면이 노랗게 변하거나 몇몇 글자를 노랗게 바꿔서 탈출 단서를 모으는 것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 등 미스테리와 공포 요소를 종이 매체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여러 장치가 있어 읽으면서 게임 못지않는 긴장감을 느꼈던 것 같다.
가연
<8번 출구>는 게임이 원작인 소설이고 영화화까지 된 내용이라 글로만 읽을때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다. 게임이 시작이 되어 만들어진 글이라니 역시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매체를 통해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게임과 영화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단순한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들에게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게 조금 아쉬웠는데 조금은 빈약한 스토리라인이 오히려 몰입이 어려웠다. 책에도 실제 지하철 통로의 사진이나 다양한 효과를 넣었지만 시각 매체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8번 출구를 헤매는 과정 자체는 글로만 접했을 때 몰입이 덜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만약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해준 책이라 생각했다.
도빈
<8번 출구>라는 공포게임이 책, 영화로 다층적으로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라는 시대 환경은 '밈'화 될 수 있는 간단하고 자극적인 컨텐츠와 궁합이 잘 맞는다.(시청자 참여형 컨텐츠) 2)컨텐츠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몰입하기 쉬워야한다. (ex 오징어게임) 3)다양한 매체로 변환을 시도하더라도 팬덤을 유지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한다. (말도안되는 캐릭터 성격 변경 및 억지스러운 스토리라인 금지) 그 중에서도 시청자 참여형 성격이 강화되는 대중문화 변화 속도가 나를 제일 당황스럽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적 무한도전을 보며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었다. 아저씨들이 재밌게 노는 것을 보며 어떻게 즐거움을 느끼지?하는 생각이 더 컸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서 무한도전의 맛을 알게 되었다. 마치 어렸을 적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커서 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노는 것을 지켜 보며 재미를 느낀다기 보다는, 캐릭터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캐릭터들이 각자 성격대로 말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티키타카를 즐기는 것 같다.
최근 크리에이터들이 공포게임 <8번 출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흥미있게 지켜보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무한도전에서 느꼈던 어렸을 적 기시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공포게임을 하면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리액션은 단순한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단순하고 도파민 터지는 공포게임은 사람들이 몰입하기에도 좋다. 8번 출구는 유튜브나 인플루언서 영상이 활성화되면서 시청자 참여형 컨텐츠로서 딱 좋은 유행상품인 것 같다.
그런데 단순 공포게임으로 끝날 줄 알았던 8번 출구가 영화로 제작되고, 책까지 출판되었다는게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사례는 수도없이 많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그렇다. 하지만 왜 8번 출구는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매우 단순한 '공포게임'이 미장센, 서사, 감정선이 복잡한 영화로 격상될 수가 있는거야?라는 생각에서였다. 정작 내가 대중문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이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더욱 풍부한 시대적 배경 묘사, 캐릭터 표정 및 감정연기, 예술적 연출을 할 수 있고, 팬층은 커지고, 여러 다양한 예술 장르의 다양한 교차점이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짧고, 자극적이고 '밈'으로 소비되더라도 대중문화는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면서 적재적소에서 시청자 참여형 매체라는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전체를 이끌어가는 게 아닌 것 같다. 잘 설계된 서사 생태계 자체가 소비된다. 다시말해서 '슈퍼맨'만으로는 한 스토리를 만들 순 있어도, 여러 매체 즉 만화, 영화, 음악, 굿즈, 게임 등으로 지속적으로 파생되긴 어렵다. 슈퍼맨이 속해있는 도시와 국가 그리고 슈퍼맨 주변의 모든 등장인물들, 시대적 상황, 위기 모든 것이 중요해졌다. 이건 새로운 흐름도 아니다. 이것에 매우 능통한 사람은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사람들이 각 작품의 세계관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각 캐릭터 피규어는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다. BTS 또한 바닥에서 쌓아올린 두터운 팬덤으로 서사가 쌓이고, 모든 캐릭터마다 성격과 스토리가 부여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월드스타 싸이는 굉장한 파급력과 밈으로서 소비될 수는 있었지만 다양한 캐릭터들과 연관되어있다거나, 파생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없었던 것 같다.
웹툰이 영화 시나리오의 금맥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장르에서 다양한 예술 층위가 탄생하는 지점이 될지 궁금하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산업인 것은 틀림없다.
먼저 설정하면 난 겁이 많아서 호러물을 잘 못 본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소설은 좋아해도 영상 매개체로 보는 건 볼 수 없다. 실제로 중간에 눈을 감고 보지 않는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깜짝 놀래는 연출이 가장 약하다. 하지만 유튜브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공포영화 요약 콘텐는 좋아해서 심심할 때 자주 본다. 스토리가 궁금하지만 직접 해볼 용기가 없어서 타인이 플레이하는 영상으로 대리 만족하는 편이다. 그러다 어쩌다 작년에 친구와 [파묘], [서브스턴스]를 극장에서 보고 난 후로는 공포영화에 조금 재미를 느꼈다. 올해는 [어글리시스터]를 혼자 극장에서 봤다. 혼자가 무서워 인형을 끌어앉고 잔인한 장면에서는 눈을 감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소름돋는 연기가 굉장해서 재밌었다. 언젠가는 공포게임도 플레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 8번 출구는 내 생애 첫 공포 게임이 되었다.
내가 8번 출구를 이번 독서모임 책으로 고른 이유는 단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들른 서점 신간 코너에서 유독 샛노랑 색 커버가 잘 보였다. 스쳐 지나가면서 영화 광고 영상을 봤던 것 같았다. 내용은 모르지만 웃는 아저씨가 소름 돋게 인상 깊어서 영화를 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올해 마지막 독서모임은 색다른 장르를 선택하고 싶었던 터라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게임이 원작인 소설이라니.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개봉되다니. 화제가 될 정도이니 어느 정도 스토리와 연출이 좋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구매한 후 돌아가는 길에 영화 상영관과 게임 구매처를 검색했다.
*실제 게임 플레이한 엔딩 장면
결국 나는 영화, 소설, 게임 3가지 모두 보고 읽고 플레이해봤다.
영화는 특징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공포감을 자극하고, 심리적 압박을 표출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리얼했다. 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사량 도적으로 적고, 거의 혼잣말로 당혹스러움을 표현하는 리액션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루프 공간에 갇서 일방적으로 안내된 탈출 조건대로 움직이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에서 극한으로 치솟는 스트레스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1시간 30분 영화로 압축하느라 생략한 부분이 많았고, 루프를 탈출하는 묘사나 교훈이 잘 이해되지 않아 엔딩 크레딧을 보며 모호한 감정이 들었다.
소설은 영화에서 부족한 설명과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 설명 부족했던 부분이 소설을 읽으니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영상이라는 시각적 연출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영화와 게임과 다르게, 소설은 글로만 전달할 수 있다 보니 3개 중 가장 호러 요소가 약했던 것 같다. 영화 속도에 맞춰 글로 정리한 느낌이라 소설이라고 하기면 전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소설만이 가능한 표현력으로 스토리의 분위기를 독자에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보여서 좋았다. 특정 이상 현상에 맞춰서 페이지를 전체 노란색이라 바꾼다거나 문장에서 한 글자씩 색을 입혀 중요한 메시지 문장을 완성시켰다. 그 중에 한 글자씩 문장을 만든 페이지를 봤을 때 이거 번역할 때 신경 많이 썼겠구나 하고 감탄했다.
게임은 구매할지 말지 시간이 좀 걸렸다. 플레이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정말 공포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갈등이 생겨서 한참을 고민하고, 결국 못 먹어도 고를 진행했다. 스토리가 없는 원작 게임은 첫 화면부터 루프 공간에 갇 바로 탈출을 향해 전진한다. 게임 시작 전 미리 8번 출구 게임에 관한 루프 설정을 찾아봤고 몇 가지 이상 현상을 알고 있었지만 무서워서 관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뻔하게 티 나는 이상 현상 이외는 운으로 찍어서 풀었다. 그래도 1시간 안에 클리어했으니 성공적인 기록이다. 마지막 8번 단계에서 심장이 너무 뛰어서 귀가 먹먹했을 정도였다.
영화, 소설, 게임 3가지 콘텐츠를 모두 즐겨본 입장으로서 저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있으나, 콘텐츠로 즐기기엔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영화는 원작의 실사화한 듯한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소설을 봤으면 꼭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한다.
현실에는 이런 이상 현상이 생기지 않지만, 갈등을 고민하는 머릿속에서는 마치 이상 현상 같은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초조함과 좌절, 미약한 희망에 기대어 계속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가슴 한가운데를 우울함으로 가득 채우고 난 후에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선택하는, 그런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고뇌하는 것이 현실화되면 이런 장소이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되돌아가는 것도. 어느 곳도 가지 않는 것도. 뛰어서 넘어가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을 선택할 때는, 원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으니까 선택하는 상황이 많은 것 같다. 선택 방식을 크게 나뉜다면 상황을 완만하게 해결하는 최선의 선택과 감정을 우선시하는 후회가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껏 내 인생을 어떻게 선택했던가. 앞으로 무엇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은가. 내가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
정아
한 콘텐츠를 게임, 영화, 책으로 즐길 수 있는 미디어 믹스를 제대로 체험해보았다. 호스트 덕분에 게임도 해볼 수 있었는데 게임이 제일 재미있었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파생되어 나온 책과 영화까지, 더 깊이감 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게임과 영화라는 시각적 임팩트가 강한 매체에 비해 비교적 심심한 종이 매체에서 어떻게 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여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배경 이미지를 삽입해 몰입도를 높이거나 인물의 감정 변화에 맞춰 종이 전면이 노랗게 변하거나 몇몇 글자를 노랗게 바꿔서 탈출 단서를 모으는 것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 등 미스테리와 공포 요소를 종이 매체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여러 장치가 있어 읽으면서 게임 못지않는 긴장감을 느꼈던 것 같다.
가연
<8번 출구>는 게임이 원작인 소설이고 영화화까지 된 내용이라 글로만 읽을때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다. 게임이 시작이 되어 만들어진 글이라니 역시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매체를 통해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게임과 영화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단순한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들에게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게 조금 아쉬웠는데 조금은 빈약한 스토리라인이 오히려 몰입이 어려웠다. 책에도 실제 지하철 통로의 사진이나 다양한 효과를 넣었지만 시각 매체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8번 출구를 헤매는 과정 자체는 글로만 접했을 때 몰입이 덜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만약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해준 책이라 생각했다.
도빈
<8번 출구>라는 공포게임이 책, 영화로 다층적으로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라는 시대 환경은 '밈'화 될 수 있는 간단하고 자극적인 컨텐츠와 궁합이 잘 맞는다.(시청자 참여형 컨텐츠) 2)컨텐츠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몰입하기 쉬워야한다. (ex 오징어게임) 3)다양한 매체로 변환을 시도하더라도 팬덤을 유지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한다. (말도안되는 캐릭터 성격 변경 및 억지스러운 스토리라인 금지) 그 중에서도 시청자 참여형 성격이 강화되는 대중문화 변화 속도가 나를 제일 당황스럽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적 무한도전을 보며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었다. 아저씨들이 재밌게 노는 것을 보며 어떻게 즐거움을 느끼지?하는 생각이 더 컸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서 무한도전의 맛을 알게 되었다. 마치 어렸을 적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커서 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노는 것을 지켜 보며 재미를 느낀다기 보다는, 캐릭터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캐릭터들이 각자 성격대로 말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티키타카를 즐기는 것 같다.
최근 크리에이터들이 공포게임 <8번 출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흥미있게 지켜보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무한도전에서 느꼈던 어렸을 적 기시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공포게임을 하면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리액션은 단순한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단순하고 도파민 터지는 공포게임은 사람들이 몰입하기에도 좋다. 8번 출구는 유튜브나 인플루언서 영상이 활성화되면서 시청자 참여형 컨텐츠로서 딱 좋은 유행상품인 것 같다.
그런데 단순 공포게임으로 끝날 줄 알았던 8번 출구가 영화로 제작되고, 책까지 출판되었다는게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사례는 수도없이 많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그렇다. 하지만 왜 8번 출구는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매우 단순한 '공포게임'이 미장센, 서사, 감정선이 복잡한 영화로 격상될 수가 있는거야?라는 생각에서였다. 정작 내가 대중문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이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더욱 풍부한 시대적 배경 묘사, 캐릭터 표정 및 감정연기, 예술적 연출을 할 수 있고, 팬층은 커지고, 여러 다양한 예술 장르의 다양한 교차점이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짧고, 자극적이고 '밈'으로 소비되더라도 대중문화는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면서 적재적소에서 시청자 참여형 매체라는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전체를 이끌어가는 게 아닌 것 같다. 잘 설계된 서사 생태계 자체가 소비된다. 다시말해서 '슈퍼맨'만으로는 한 스토리를 만들 순 있어도, 여러 매체 즉 만화, 영화, 음악, 굿즈, 게임 등으로 지속적으로 파생되긴 어렵다. 슈퍼맨이 속해있는 도시와 국가 그리고 슈퍼맨 주변의 모든 등장인물들, 시대적 상황, 위기 모든 것이 중요해졌다. 이건 새로운 흐름도 아니다. 이것에 매우 능통한 사람은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사람들이 각 작품의 세계관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각 캐릭터 피규어는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다. BTS 또한 바닥에서 쌓아올린 두터운 팬덤으로 서사가 쌓이고, 모든 캐릭터마다 성격과 스토리가 부여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월드스타 싸이는 굉장한 파급력과 밈으로서 소비될 수는 있었지만 다양한 캐릭터들과 연관되어있다거나, 파생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없었던 것 같다.
웹툰이 영화 시나리오의 금맥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장르에서 다양한 예술 층위가 탄생하는 지점이 될지 궁금하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산업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