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감상평 6] 서술트릭의 모든 것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오늘은 간만에 재밌게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보겠다.

제목부터 도전적인 ‘니타도리 게이’작가님의 ‘서술트릭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집 근처 도서관에 놀러갔다가 제목에 끌려 빌려와 읽게되었다.
서술트릭.
작가가 소설 속에서 문장 그 자체의 서술법을 활용해 독자를 속이는 유형의 트릭을 말한다.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한번쯤 접해봤을 반전이 있는 작품을 생각해보면 된다.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독자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잘못받아들이게하거나, 마지막에 앞선내용들을 확 뒤집어버리는 등의 방법이 널리 쓰인다.
이러한 속는 느낌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이걸 어떻게 맞춰?’하는 식의 반발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 호불호가 강한 장르지만, 필자는 이러한 작품의 특징으로 퍼즐처럼 짜맞춰지는 느낌을 좋아하여 자주 찾아보는 장르이다.
예시로 지나가다 한번쯤 보았을만한 대표적인 서술트릭의 글이다.
한 어린 소년과 그의 아버지가 차를 몰고 나들이를 가다가 맞은편에서 돌진하던 차와 충돌했다.
운전하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소년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다.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호송된 소년을 본 담당 의사는 크게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말한다.
“난 이 아이를 제정신으로 수술할 수 없어! 이 아이는 내 아들이란 말이야!”
대체 즉사한 운전자와 중상을 입은 소년, 외과 의사는 무슨 관계일까?
정답을 맞춘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답은 외과 의사가 여자이고 소년의 엄마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 쓰인 서술트릭은 편견 및 고정관념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직업과 성별에 대한 편견이 거의 사라져서, 맞추기 쉬워진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서술트릭 작품들의 대표적인 단점이 하나가 있다.
바로 ‘서술트릭’, 또는 ‘반전’이 있는 것을 알고 보면 그 자체로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
‘21세기 최고의 반전영화!’, ‘이 소설의 마지막 4단어가 모든것을 뒤바꾼다!’라는 식의 광고가 좋지않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보통은 기대감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그만큼을 충족시키지못해 실망하거나, 계속 어떤 반전일지 고민만 하면서 보느라 영화자체에 집중을 못하게 된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한 단점들을 정면으로 부딪혀보려는 본 책의 이야기를 해보자.
제목부터가 서술트릭의 모든 것.
대놓고 서술트릭을 썼다는 것을 내보이는 제목이다.
심지어 한술 더떠, 작가는 ‘이 이야기엔 서술 트릭이 숨어 있으니 주의해서 읽어보세요’라며 도전장을 던지며 시작한다.
서술트릭의 파해법들을 알려주기까지하니, 독자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된다.
그렇게 필자는 반전 그자체를 직접 맞춰야하는 퍼즐게임이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됐다.
내용은 ‘벳시’라는 탐정과 그의 조수가 주인공인 옴니버스식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각 편마다 중심이 되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자연스레 주인공이 스며들면서 진행된다.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잔잔하게 귀엽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마음같아서는 모든편의 해설을 얘기하고싶지만, 이 ‘맞추는 재미’를 뺏고 싶지않아 앞의 몇가지 에피소드만 풀어보겠다.
1. 뻥 뚫어주는 신
처음이라 그런지, 간단한 트릭으로 시작한다.
대화나 배경, 특정 단어들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용한 트릭.
이 편을 보면서 대강 이런식으로 흘러가니, 어떻게 내용에 접근해야할지 생각해보게된다.
막상 트릭자체가 중심 사건과 큰 관계가 없어 그냥저냥이었던 에피소드.
2. 등을 맞댄 연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일본풍의 로맨스가 가미된 소설.
(대부분 쉬운 에피소드였다고 하던데, 나만 못맞춘걸까..?)
일본 로맨스소설이나 영화등에서 볼만한 풋풋한 스토리에 빠질 수 있었다.
시점이 왔다갔다하면서 진행되는데, 독자만 알게되는 그 관계에 웃음지으며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4편(?)이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계속해서 작가와 대결을 하게된다.
물론 이러한 서술트릭을 맞추는 재미말고도, 특유의 일본소설을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보아도 재밌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다양한 트릭과, 필기(?)까지 필요한 트릭이 나오면서 흥미진진해진다.
나중에 직접 글을 쓸때 활용해볼만한 내용도 많고, 좋아하는 장르를 해체분석한 느낌의 책이라 보는 내내 집중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알고보면 재미없다’라고 앞서 말한 내용에 어긋나지만,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나중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라는 책도 꼭 보길 추천한다.
(솔직히 모르고 봤으면 할 정도로,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제대로된 서술트릭 글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책을 읽고 따로 신이나서 적어본 단문을 남기며 감상평을 마치겠다.
에이드리히가 보인다.
그녀는 화려한 화장을 한 채, 여러 오브제가 달려있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옷장 속 그 드레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왜 입지도 않는 드레스를 그렇게 고이 보관하느냐고 몇번 물어봤으나,
그녀는 그때마다 자신에게 의미가 깊은 드레스라고 얘기하곤 했다.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않은 눈치에 이야기를 그만뒀었다.
제때 물어봤어야 했는데, 지금은 움직여지지 않는 내 입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그녀의 손을 히리에가 놓아주기 싫은듯 꼭 잡고있다.
그녀의 파란 두눈을 꼭 닮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내주기 싫은걸까? 이런식으로 누군가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자세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기억 속 그 어린 소녀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본인의 머리색과 같은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들 주위로는 여러명의 모습들이 보인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듯 넋이 나가있는 해밀턴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인 에린.
사실 그들의 표정이 잘 읽히지는 않는다.
원체 남들의 감정을 잘 읽지도 못했거니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지금의 상황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은 채 에이드리히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있다.
계속 생각해봐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도중에 상황을 좋게 바꿀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에이드리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눈을 꼭 감고있는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는 듯 하다.
무언가 말을 하려했던 것일까? 마치 입술이 떨리는 것 같았다.
모두의 중심에 주위 분위기와 전혀 다른,
마치 어딘가의 이야기속에서 따로 삐져나온 듯한 느낌의 낡은 관이 놓여있다.
낡은 관에는 ‘ㄱㅣ억ㅎ ㅐ’라고, 말을 칼로 새긴듯한 자국이 나있다.
급하게 새긴 듯 정갈하지 못한 글씨이다.
어떤 뜻인지는 알지 못한다.
왜, 누가? 어떤 의도로 행한건지 미리 확인했어야 했는데.
낡은 관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누워있다.
내가 죽었으니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
[이것저것 감상평 6] 서술트릭의 모든 것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오늘은 간만에 재밌게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보겠다.
제목부터 도전적인 ‘니타도리 게이’작가님의 ‘서술트릭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집 근처 도서관에 놀러갔다가 제목에 끌려 빌려와 읽게되었다.
서술트릭.
작가가 소설 속에서 문장 그 자체의 서술법을 활용해 독자를 속이는 유형의 트릭을 말한다.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한번쯤 접해봤을 반전이 있는 작품을 생각해보면 된다.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독자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잘못받아들이게하거나, 마지막에 앞선내용들을 확 뒤집어버리는 등의 방법이 널리 쓰인다.
이러한 속는 느낌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이걸 어떻게 맞춰?’하는 식의 반발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 호불호가 강한 장르지만, 필자는 이러한 작품의 특징으로 퍼즐처럼 짜맞춰지는 느낌을 좋아하여 자주 찾아보는 장르이다.
예시로 지나가다 한번쯤 보았을만한 대표적인 서술트릭의 글이다.
한 어린 소년과 그의 아버지가 차를 몰고 나들이를 가다가 맞은편에서 돌진하던 차와 충돌했다.
운전하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소년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다.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호송된 소년을 본 담당 의사는 크게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말한다.
“난 이 아이를 제정신으로 수술할 수 없어! 이 아이는 내 아들이란 말이야!”
대체 즉사한 운전자와 중상을 입은 소년, 외과 의사는 무슨 관계일까?
정답을 맞춘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답은 외과 의사가 여자이고 소년의 엄마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 쓰인 서술트릭은 편견 및 고정관념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직업과 성별에 대한 편견이 거의 사라져서, 맞추기 쉬워진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서술트릭 작품들의 대표적인 단점이 하나가 있다.
바로 ‘서술트릭’, 또는 ‘반전’이 있는 것을 알고 보면 그 자체로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
‘21세기 최고의 반전영화!’, ‘이 소설의 마지막 4단어가 모든것을 뒤바꾼다!’라는 식의 광고가 좋지않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보통은 기대감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그만큼을 충족시키지못해 실망하거나, 계속 어떤 반전일지 고민만 하면서 보느라 영화자체에 집중을 못하게 된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한 단점들을 정면으로 부딪혀보려는 본 책의 이야기를 해보자.
제목부터가 서술트릭의 모든 것.
대놓고 서술트릭을 썼다는 것을 내보이는 제목이다.
심지어 한술 더떠, 작가는 ‘이 이야기엔 서술 트릭이 숨어 있으니 주의해서 읽어보세요’라며 도전장을 던지며 시작한다.
서술트릭의 파해법들을 알려주기까지하니, 독자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된다.
그렇게 필자는 반전 그자체를 직접 맞춰야하는 퍼즐게임이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됐다.
내용은 ‘벳시’라는 탐정과 그의 조수가 주인공인 옴니버스식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각 편마다 중심이 되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자연스레 주인공이 스며들면서 진행된다.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잔잔하게 귀엽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마음같아서는 모든편의 해설을 얘기하고싶지만, 이 ‘맞추는 재미’를 뺏고 싶지않아 앞의 몇가지 에피소드만 풀어보겠다.
1. 뻥 뚫어주는 신
처음이라 그런지, 간단한 트릭으로 시작한다.
대화나 배경, 특정 단어들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용한 트릭.
이 편을 보면서 대강 이런식으로 흘러가니, 어떻게 내용에 접근해야할지 생각해보게된다.
막상 트릭자체가 중심 사건과 큰 관계가 없어 그냥저냥이었던 에피소드.
2. 등을 맞댄 연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일본풍의 로맨스가 가미된 소설.
(대부분 쉬운 에피소드였다고 하던데, 나만 못맞춘걸까..?)일본 로맨스소설이나 영화등에서 볼만한 풋풋한 스토리에 빠질 수 있었다.
시점이 왔다갔다하면서 진행되는데, 독자만 알게되는 그 관계에 웃음지으며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4편(?)이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계속해서 작가와 대결을 하게된다.
물론 이러한 서술트릭을 맞추는 재미말고도, 특유의 일본소설을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보아도 재밌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다양한 트릭과, 필기(?)까지 필요한 트릭이 나오면서 흥미진진해진다.
나중에 직접 글을 쓸때 활용해볼만한 내용도 많고, 좋아하는 장르를 해체분석한 느낌의 책이라 보는 내내 집중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알고보면 재미없다’라고 앞서 말한 내용에 어긋나지만,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나중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라는 책도 꼭 보길 추천한다.
(솔직히 모르고 봤으면 할 정도로,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제대로된 서술트릭 글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책을 읽고 따로 신이나서 적어본 단문을 남기며 감상평을 마치겠다.
에이드리히가 보인다.
그녀는 화려한 화장을 한 채, 여러 오브제가 달려있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옷장 속 그 드레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왜 입지도 않는 드레스를 그렇게 고이 보관하느냐고 몇번 물어봤으나,
그녀는 그때마다 자신에게 의미가 깊은 드레스라고 얘기하곤 했다.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않은 눈치에 이야기를 그만뒀었다.
제때 물어봤어야 했는데, 지금은 움직여지지 않는 내 입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그녀의 손을 히리에가 놓아주기 싫은듯 꼭 잡고있다.
그녀의 파란 두눈을 꼭 닮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내주기 싫은걸까? 이런식으로 누군가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자세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기억 속 그 어린 소녀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본인의 머리색과 같은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들 주위로는 여러명의 모습들이 보인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듯 넋이 나가있는 해밀턴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인 에린.
사실 그들의 표정이 잘 읽히지는 않는다.
원체 남들의 감정을 잘 읽지도 못했거니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지금의 상황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은 채 에이드리히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있다.
계속 생각해봐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도중에 상황을 좋게 바꿀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에이드리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눈을 꼭 감고있는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는 듯 하다.
무언가 말을 하려했던 것일까? 마치 입술이 떨리는 것 같았다.
모두의 중심에 주위 분위기와 전혀 다른,
마치 어딘가의 이야기속에서 따로 삐져나온 듯한 느낌의 낡은 관이 놓여있다.
낡은 관에는 ‘ㄱㅣ억ㅎ ㅐ’라고, 말을 칼로 새긴듯한 자국이 나있다.
급하게 새긴 듯 정갈하지 못한 글씨이다.
어떤 뜻인지는 알지 못한다.
왜, 누가? 어떤 의도로 행한건지 미리 확인했어야 했는데.
낡은 관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누워있다.
내가 죽었으니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