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NOTE 옷장지기 생각노트


[열린옷장 독서클럽_7회차 후기] TO THE MOON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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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동안 책을 열심히 읽었다. 권수로 따지면 4~5권 정도라 많지는 않은데, 다이어리에 필사까지 해가며 읽어서 그런지 책이라는 콘텐츠에 한껏 진지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그렇게 읽은 책은 모두 한국 소설로, 어쩌다 이렇게 탄력을 받았나 돌아보니 그 시작에 <달까지 가자>가 있었다.

 

<달까지 가자>는 이름난 기업에 입사하고도 단칸방을 벗어날 수 없는 ‘흙수저 여성 3인방’의 ‘코인열차 탑승기’다. 흙수저 여성 3인방은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직장동료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 사회 경험이 많고 수완이 좋은 맏언니 강은상의 리드로 세 사람은 가상화폐 투자 동맹을 결성한다. 다해와 지송에게 가상화폐가 주는 왠지 모를 꺼림칙함은 진입 장벽이었지만 이미 가상화폐로 실제 빚까지 갚은 강은상이라는 눈앞의 유혹은 너무 강렬했다. 등락이 심한 코인을 따라 일희일비하면서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 세 사람은 과연 인생역전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평범이란 남들과 같은 것을 욕망하는 것

 

 

이야기는 친숙한 시공간적 배경 덕분에 쉽게 읽혔다. 인물들의 성별이나 나이대, 가지고 있는 고민, 놓인 환경 등 공감대가 많은 것도 유효했다. 갈수록 가파르게 우상향을 그리는 코인 시세에 덩달아 활자를 읽는 나의 호흡도 가쁘게 내달렸다.

으레 욕망하는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기세가 팍 꺾이고 고꾸라진다. 욕망은 정도를 제어하기가 힘들고, 잘못하면 큰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들의 이야기가 절정에 돌입했을 때도 ‘아이고, 이제 곧 망하겠네’ 싶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웬걸, 결말에 이들은 고점에서 빠져나와 억 소리 나는 수익을 올리고 코인열차에서 무사히 하차했다.

 

해피엔딩을 보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가상 인물이지만 돈을 번 세 사람마저도 그랬을 것이다. 이게 된다고? 말도 안 돼. 코인으로 저렇게나 큰돈을 버는 게 맞아?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야? ... 그러다가 문득, 왜 안 되지? 어차피 소설인데. 은근한 쾌감이 들었다. 욕망에 솔직하게, 누구나 꿈꾸는, 대박이 터지는 상상.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 상상을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거다.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분에 넘치게 큰돈이 나를 괴롭히는 모든 현실을 싹 정리해 줄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지극히 평범한 생각. 책을 읽고 난 뒷맛이 즐거웠던 건 이것이 로또 당첨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개연성보다는 감정에 이입이 잘됐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이다. 로또 당첨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투기 조장, 소년등과, 황금만능주의 등 지독히 현실적인 문제들도 넘쳐난다. 나도 저들처럼 해 보겠다며 나설 정돈 아니고 다만, 소설이 준 해방감이 참 시원했다.

 

나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독서모임 멤버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그들의 불호도 충분히 이해가 갔고, 내가 생각지 못한 빈틈을 채워주는 말들이 흥미로웠다. 지난 독서모임 때도 느낀 거지만 같은 책을 두고도 사람들의 평가는 꽤나 엇갈린다.

이럴 때면 사람은 다 다르고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쪽으로 치우침을 경계하고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모임의 효능 아닐까. 또 독서모임은 소화 기능을 촉진하고,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며, 면역력을 높여 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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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빈

예술가를 동경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맞딱뜨리지만 이를 표현할 길이 없어 속절없이 흘려보낸 순간의 감정, 향기, 촉감, 생각을 감각적으로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체현하는 능력에 있을 수 있다. 그 놀라움과 경이는 상상하지 못한 감정을 맞딱뜨리게 할 때 배가 되곤 한다. ‘나’는 비록 경험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노력한 강렬한 묘사로 인해 바로 이 순간 겪고있는 듯, 감정에 휩쓸릴 때 ‘여운이 남는다’. 아쉽지만 ‘달까지 간다’ 소설은 내게 강렬한 느낌은 주지 못했다. 우연히 카페 옆자리에 앉은 세 명의 여성들의 수다를 듣고 싶지 않지만 들은 느낌이랄까. 묘사를 통해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기보단 현재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맞딱뜨리고 있는 ‘노동소득’만으로는 노후 대비도, 효도도 어려운 현실을, 그리고 비트코인과 부동산으로 떼돈을 버는 사람들에 비해 금융지식에 대한 ‘무지’로 인해 투자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비아냥 섞인 자조 표현으로 ‘나 벼락거지 됐어’로 낄낄대며 애써 해학으로 풀어내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현실 르포 에세이에 가깝지 않나.

 

벼락거지로 만드는 거대한 세상을 깨달을 수록 내가 해야하는 건 매일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맞이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희망이자, 절망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에 내가 가진 에너지를 집중시키면서 나를 믿고 살아간다면 비록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느낀 것을 체현하는 ‘무언가’를 얻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벼락거지가 판치는 세상에 우리가 할 것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뿐이다?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가연

인사평가는 늘 무난에서 머무르고 집은 여전히 원룸이다. 여기서 아무리 악착같이 살아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시기만 잘 타고 돈만 넣어두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혹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은상언니란 존재가 있을 때, 그 사람이 수익을 내고 순식간에 빚이 없어지는걸 눈앞에서 볼 때, 나 역시 가상화폐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 판타지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이야기 속 세 사람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다. 결국은 고점을 찍고 만족과 함께 수익을 얻었고 다음의 인생을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근데 현실은 그런가?

여전히 가상화폐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기사를 읽고 있는 것 같다. 가상화폐와 그에 혈안이 된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게도 행운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 독서였다.

 

 

고은

3년 전쯤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절반가량이 가상화폐를 하고 있었다. 주식, 코인, 펀드 등 다양한 종목(?)으로 주식뉴스와 관련 전문가들의 정보를 듣고 가장 유력하게 '떡상' 할 것이라 판단한 물건을 산거라고 서로 열불나게 이야기가 오갔다. 그때 한창 뉴스며 예능이며 주식 주제가 뜨거운 감자였기에, 정말 어디서든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유행 흐름 따라 시작한 애들도 있었다. 그러고 이익을 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마치 이 주제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서로 경쟁하는 듯이 열심히 설명하는 내용을 한 귀로 흘리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우대적금'이나 이율이 가장 높았던 예금이 어디였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난 지금도 여전히 주식은 전혀 모르겠고, 도전과 호기심보다 실패와 두려움이 앞서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젠 주식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손해 봐도 괜찮은 투자금도 없고 주변에 은상언니 같은 사람도 없으니 나의 첫 주식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 심리에 휩쓸려 끝이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는 것 같아 조마조마해서 좀 무섭기도 했다. 결말은 주식 실패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놀랐다. 등장인물들의 생활 묘사와 심리는 현실성을 느끼면서도 스토리와 결말은 판타지스러워서, 딱 '소설'로서 재밌었던 것 같다.

 

 

지은

은상언니는 돈이라는 개념에 빠삭하고 끊임없이 같이 할 것을 권유한다. 책 속 세 여자가 맞이한 결말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 행복한 결말이 나에게도 도달할거란 희망을 주지 않아 묘한 거부감을 느꼈다. 글에서 나열되는 다해의 삶이 공감되는 동시에 안쓰러웠지만, 그 문장들이 나에게 감명을 주진 않아 책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열린독서모임원들의 후기가 책의 활자보다 잘 와닿아서 독서모임의 긍정정 효과를 다시 한 번 체감했다. 후기를 쓰며, 이더리움보다는 은상언니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다면 더 잘 몰입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해같은 삶 속에서 나도 은상언니같이 희망을 가져다 주는 언니들을 만났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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