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지기 가연님이 첫 열린옷장 독서클럽 진행자를 맡았을 때, 왜 그렇게 부담감을 느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번 3회차 독서모임 진행자를 맡으면서 느꼈다. 내가 고른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부담감은 차치하고, 독서모임을 위한 책을 고르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늘 읽고 싶지만 읽지 않았던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다. 세상에 끔찍한 일들이 가득할 때, 그리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 책의 제목만큼 강렬한 것은 없었다. 내가 끊임없이 다정한 것을 좇아온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다.
진화인류학을 다루는 과학자들 답게 생명체가 어떻게 다정하게 진화하였는지, 다정한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다정한 진화에 대한 탄탄한 근거와 결과를 가진 동물실험에도 불구하고, 독서모임 내내 옷장지기들은 회의적인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기에 우리가 보아온 세상은 너무나도 매정하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상황에서 즉, 권력을 가진 강자가 더 다정하기 쉽기에, 다정한 것도 강자라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독서모임을 그래도 다정한 방향으로 가는게 맞고,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하였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서 다정한 것으로 인해, 다정하지 않은 것도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은, 다정하지 않은 것이 다 죽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잔인하고, 비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말을 믿는 이유는 내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 늘 나를 살리는 다정한 인간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정한 것들로 인해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책 마지막에 있는 박한선 신경인류학자의 말과 옷장지기들의 후기를 첨부하며 후기를 마친다.
감수의 글: 우자생존(박한선_신경인류학자) p.31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금까지의 인류사는 그랬다. 하지만 덕분에 많이 죽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 부족을 향한 편협한 다정함이, 더 넓은 집단을 향한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저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진화는 목적이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플라이스토세의 독특한 생태적 환경이 자기가축화 관련 형질의 적합도를 크게 높여주었듯이, 현대 사회의 여러 생태적 환경도 새로운 심리적•문화적 형질의 적합도를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형질이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끝없이 이어지는 집단 내외의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지독한 정신적•사회적 고통은 아니기를 빈다.
이정아_옷장지기
뜻밖에 시의성이 적절했던 올해 열린옷장 독서클럽의 마지막 책이었다. 책 내용을 요즘 나라 상황에 투영하면서 읽게 되니 양가감정 때문에 심란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지만 다정한 것만 살아남는 건 아닌 것 같다는 한 멤버의 말처럼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저자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은걸요? 하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일었다. 서로에게 다정해야 오래 살아남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진심으로 공감하기보다 마지못해 낙관하고 기계적으로 체념하게 되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내가 분명하게 실망하고 상처받았기 때문일 거다. 여전히 나는 다친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다. 주위에 냉소적이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고가연_옷장지기
우리는 쉽게 다정하고 그만큼 쉽게 혐오한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또 그만큼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 세상은 혐오로 얼룩져 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나아진 게 없는 사회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 덕분에 세상은 분명 달라졌다. 저자는 무지와 혐오는 학습되는 것이며, 사랑하는 마음 또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소리쳐야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생기고, 깨닫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 완전한 다정함이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살아남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도빈_옷장지기
이 책에는 '자기가축화'라는 표현이 나온다. 원서에는 'The friendliness evolved through self-domestication‘라고 표현되어 있다.
'가축화'라는 번역이 '약자가 강자에게 억압된 상태로 자신을 낮춘다'라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어, '뭐야 살아남으려면 강자에게 숙이라는거야?'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자의 말을 주의깊에 곱씹으면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은 이성을 갖춘 동물이다. 동물이기 때문에 공격성과 잔혹성을 누구나 갖고 있으나, 집단을 이루고 유무형의 문화를 이루어낸 역사를 통해 우린 '포용과 친화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즉, 다정함을 바탕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하여 기술혁신을 이루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다정함'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다정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뇌과학과 양육과정, 사회심리학 등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며 설명해준다. 그리고 다정함과 잔인함은 분리될 수 없는 본디 하나의 기질이며, 잔인함을 잘 다스려보자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인류는 상대의 저의를 '유추'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 스스로가 동물적인 공격성을 낮추어 생긴 친화력으로 집단을 이루었고, 더 큰 사회는 기술혁신을 불러일으켜 결국 지금의 세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기술의 진보는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는 분명 고립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을 만든다. 소외되는 사람들을 보듬는 방법은 사람들간의 관계망이 아닌 복지라는 제도를 통해 조용히 해결되거나, 방치된다. 규모의 경제는 효율성을 만들어내지만 다정함이 드러설 자리는 없다. 점점 더 데이터는 연결되지만 인간은 소외된다. 인간의 진화가 정말 타인에게 더 다정해지는 '자기가축화' 과정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파편화된 세상으로 살아선 안되는게 아닐까? 기후위기에 의한 또 다른 소비물결과 그레타 툰베리 같은 세대의 탄생은 어쩌면 우리의 진화과정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박고은_옷장지기
하루만에 책을 읽었더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니. 처음에는 마음치유 같은 에세이 책인 줄 알았는데, 첫 장부터 자연과학 장르임을 깨닫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반려견인 오레오, 시베리아의 여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 등 동물 연구 사례를 토대로 작가는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명하는 말은 이해되면서 한편으로는 완전히 인간 중심적인 시점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편하지 만은 않았다. 결국은 인간들에게 더 가깝고 친절하고 이익이 되는 존재만이 '가축화'되어 번성의 성공했고, 또한 인간들은 생존의 중심이었던 친화력이 때로는 잔인함으로 변화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말하는데, 솔직히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한계이다. 이 책은 내게 불쾌한 골짜기를 여러 번 느끼게 만들어 정리가 쉽지 않다. 타인에게 다정함과 친화력으로 번성한 우리 종은, 지금 위기에 놓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옷장지기 가연님이 첫 열린옷장 독서클럽 진행자를 맡았을 때, 왜 그렇게 부담감을 느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번 3회차 독서모임 진행자를 맡으면서 느꼈다. 내가 고른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부담감은 차치하고, 독서모임을 위한 책을 고르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늘 읽고 싶지만 읽지 않았던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다. 세상에 끔찍한 일들이 가득할 때, 그리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 책의 제목만큼 강렬한 것은 없었다. 내가 끊임없이 다정한 것을 좇아온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다.
진화인류학을 다루는 과학자들 답게 생명체가 어떻게 다정하게 진화하였는지, 다정한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다정한 진화에 대한 탄탄한 근거와 결과를 가진 동물실험에도 불구하고, 독서모임 내내 옷장지기들은 회의적인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기에 우리가 보아온 세상은 너무나도 매정하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상황에서 즉, 권력을 가진 강자가 더 다정하기 쉽기에, 다정한 것도 강자라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독서모임을 그래도 다정한 방향으로 가는게 맞고,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하였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서 다정한 것으로 인해, 다정하지 않은 것도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은, 다정하지 않은 것이 다 죽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잔인하고, 비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말을 믿는 이유는 내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 늘 나를 살리는 다정한 인간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정한 것들로 인해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책 마지막에 있는 박한선 신경인류학자의 말과 옷장지기들의 후기를 첨부하며 후기를 마친다.
감수의 글: 우자생존(박한선_신경인류학자) p.31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금까지의 인류사는 그랬다. 하지만 덕분에 많이 죽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 부족을 향한 편협한 다정함이, 더 넓은 집단을 향한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저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진화는 목적이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플라이스토세의 독특한 생태적 환경이 자기가축화 관련 형질의 적합도를 크게 높여주었듯이, 현대 사회의 여러 생태적 환경도 새로운 심리적•문화적 형질의 적합도를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형질이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끝없이 이어지는 집단 내외의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지독한 정신적•사회적 고통은 아니기를 빈다.
이정아_옷장지기
뜻밖에 시의성이 적절했던 올해 열린옷장 독서클럽의 마지막 책이었다. 책 내용을 요즘 나라 상황에 투영하면서 읽게 되니 양가감정 때문에 심란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지만 다정한 것만 살아남는 건 아닌 것 같다는 한 멤버의 말처럼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저자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은걸요? 하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일었다. 서로에게 다정해야 오래 살아남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진심으로 공감하기보다 마지못해 낙관하고 기계적으로 체념하게 되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내가 분명하게 실망하고 상처받았기 때문일 거다. 여전히 나는 다친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다. 주위에 냉소적이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고가연_옷장지기
우리는 쉽게 다정하고 그만큼 쉽게 혐오한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또 그만큼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 세상은 혐오로 얼룩져 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나아진 게 없는 사회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 덕분에 세상은 분명 달라졌다. 저자는 무지와 혐오는 학습되는 것이며, 사랑하는 마음 또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소리쳐야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생기고, 깨닫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 완전한 다정함이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살아남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도빈_옷장지기
이 책에는 '자기가축화'라는 표현이 나온다. 원서에는 'The friendliness evolved through self-domestication‘라고 표현되어 있다.
'가축화'라는 번역이 '약자가 강자에게 억압된 상태로 자신을 낮춘다'라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어, '뭐야 살아남으려면 강자에게 숙이라는거야?'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자의 말을 주의깊에 곱씹으면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은 이성을 갖춘 동물이다. 동물이기 때문에 공격성과 잔혹성을 누구나 갖고 있으나, 집단을 이루고 유무형의 문화를 이루어낸 역사를 통해 우린 '포용과 친화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즉, 다정함을 바탕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하여 기술혁신을 이루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다정함'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다정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뇌과학과 양육과정, 사회심리학 등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며 설명해준다. 그리고 다정함과 잔인함은 분리될 수 없는 본디 하나의 기질이며, 잔인함을 잘 다스려보자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인류는 상대의 저의를 '유추'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 스스로가 동물적인 공격성을 낮추어 생긴 친화력으로 집단을 이루었고, 더 큰 사회는 기술혁신을 불러일으켜 결국 지금의 세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기술의 진보는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는 분명 고립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을 만든다. 소외되는 사람들을 보듬는 방법은 사람들간의 관계망이 아닌 복지라는 제도를 통해 조용히 해결되거나, 방치된다. 규모의 경제는 효율성을 만들어내지만 다정함이 드러설 자리는 없다. 점점 더 데이터는 연결되지만 인간은 소외된다. 인간의 진화가 정말 타인에게 더 다정해지는 '자기가축화' 과정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파편화된 세상으로 살아선 안되는게 아닐까? 기후위기에 의한 또 다른 소비물결과 그레타 툰베리 같은 세대의 탄생은 어쩌면 우리의 진화과정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박고은_옷장지기
하루만에 책을 읽었더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니. 처음에는 마음치유 같은 에세이 책인 줄 알았는데, 첫 장부터 자연과학 장르임을 깨닫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반려견인 오레오, 시베리아의 여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 등 동물 연구 사례를 토대로 작가는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명하는 말은 이해되면서 한편으로는 완전히 인간 중심적인 시점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편하지 만은 않았다. 결국은 인간들에게 더 가깝고 친절하고 이익이 되는 존재만이 '가축화'되어 번성의 성공했고, 또한 인간들은 생존의 중심이었던 친화력이 때로는 잔인함으로 변화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말하는데, 솔직히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한계이다. 이 책은 내게 불쾌한 골짜기를 여러 번 느끼게 만들어 정리가 쉽지 않다. 타인에게 다정함과 친화력으로 번성한 우리 종은, 지금 위기에 놓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