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NOTE 옷장지기 생각노트


나다울 권리: 당신의 외모 무죄!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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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사적인 이야기,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음을 알립니다***



대학교를 재학중이던 때의 일이다. 여느 대학생처럼 한껏 꾸미기를 좋아하던 나는 어느날 꾸미는 것을 그만두었다. 머리를 뒤로 젖히면 허리까지 오던 머리카락도 쇄골까지 오는 길이로 댕강 잘랐다.

내가 정말 자의로 예쁘고 싶어서 매일 같이 화장하고 다이어트를 했던 거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어야 한다.

야속하게도 나는 내 외모를 가꾸지 않고 나서야 자의가 아니었을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떤 강의 과제로 발표를 했어야했던 날이었는데, 입술에 무엇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발표 순서를 기다리던 나에게 대학동기가 빨간 틴트를 쥐어주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외모지상주의, 외모강박을 깨닫게 된 상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한 때 뷰티유튜버를 꿈꿨던 나는 가지고있던 모든 화장품을 처분하고, 머리는 투블럭으로 싹둑 잘랐다. 투블럭으로 자르는 것 또한 쉽지는 않았다. 내가 긴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파격변신을 할 예정이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어려웠나 짐작하셨을 수 있지만, 마음의 준비는 내가 아니라 미용사 분이 안되어있었다. 처음 투블럭을 하러 갔던 미용실 디자이너분은 내게 분명히 후회할 거라며 잘라줄 수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지긋지긋한 외모지상주의, 성차별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어 별난 사람이 되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짧은 머리에 박시한 상하의를 입고 다녔고, 거기에 얼마안되어 채식까지 시작했으니 난 어딜가도 별종인 사람이었다.

별종으로 산지 7년차, 더 이상 내게 화장을 왜 안했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외모지상주의와 성차별주의는 만연하고, 더욱 교묘해졌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유튜브 영상 - ‘외모강박주의’ 대한민국 사회 - 라는 영상을 보면, 한국의 스몰톡 대부분이 외모와 관련된 것이고 사람들은 상대의 외모컴플렉스를 가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배려와 미덕으로 여긴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얼마나 외모지상주의가 교묘하게 스며들었는지와 동시에 머릿속에 의문이 발생한다. 나도 매일 아침 출근 하며 자주 동료 옷장지기에게“오늘 조금 피곤해보이네요~”라고 한 적이 있고, 정장대여자분들의 신체 컴플렉스를 가려드릴 수 있는 핏의 정장을 추천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오류를 이야기해보자면,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종일 자신의 외모를 반추해보며 피곤해보인다는 뜻은 무슨 뜻일지 생각하거나, 피곤해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말로 인해 에너지를 사용해서 더 피곤해질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신체 컴플렉스 가리기. 대여자는 컴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가 멋대로 이런 부분은 가리고 싶을 거라 판단해버려서 되려 컴플렉스를 만들어드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날에 방문 하셨던 대여자분이 내게 더 큰 사이즈의 정장을 요청하며 “죄송해요.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지”라고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스스로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덜 뚱뚱해보이고 싶으면 날씬해보이는 옷을 입을 수 있지만, 살이 쪘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된다는 것이다. 열린옷장은 다양한 사람들의 체형에 맞는 정장을 제공하기 위해 정말 폭넓은 사이즈의 정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 몸이 줄어들었든 불어났든 그 폭넓은 정장 사이즈들을 대여자분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외모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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