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NOTE 열린옷장 생각노트


어떤 마음으로 출근하세요?

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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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어느 날 이었다.


그 때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이 없었고, 페이스북이 제일 잘나가는 SNS였더랬다. 나의 페이스북 피드에 ‘열린옷장 열린봉사자 모집’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사회적경제, 비영리단체, 공유경제 등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었던 나는 평소에 열린옷장 소식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열린옷장은 2013년에 비영리단체로 출범했으니 그 당시 생긴지 얼마 안된 신생조직이었다.


‘사람들이 안쓰는 정장을 기부 받아서 정장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유하다니, 정말 아이디어 좋다!’라는 게 나의 열린옷장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러다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열린옷장에서 일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봉사 신청을 했다.


“제가 열린옷장의 열린봉사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공유 경제'를 제 눈앞에서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옷을 빌려주고 도움을 준다'라는 취지도 있지만 나아가서, 이러한 활동들이 경제적인 이익도 낳을 수 있는지, 앞으로의 미래 모습에서 더욱 부각될 영역의 활동들인지 말이죠. 아, 물론 다리미질도 열심히 배우고, 오시는 분들에게 (취준생이시라면) 따뜻한 말 한마디 더욱 건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봉사신청을 할 때 내가 썼던 글이다. 그렇다. 나는 꽤나 진지한 사람이다. 그렇게 열린옷장에서 2014년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2024년 나는 열린옷장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열린옷장을 10년 넘게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열린옷장의 매력은 이렇다.


1.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보며 다짐했다. 의사라는 직업은 삶과 죽음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게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깊은 감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함께한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기쁨과 희망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살면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또한 의사같은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결심했었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옷장지기의 역할도 비슷하다. 면접과 졸업식을 앞둔 이들의 설렘과 긴장을 함께 한다. 먼 길을 가시는 분들을 위해 장례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슬픔과 침묵을 지켜보게 된다. 조카의 결혼식을 위해 먼 외국에서 입국한 외삼촌의 사랑을 경험한다.

박경철 씨도 그랬을 것이다. 너무 바쁜 하루를 살다보면 환자 한 분 한 분에게도 입원하기 전에 찬란한 인생이 있다는 것을, 그들을 너무나도 걱정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나 역시도 그렇다. 이 면접을 보기 위해 한 달 아니 1년, 2년을 치열하게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출근하여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되새김질 하곤 한다. “옷만 빌린 게 아니라 용기와 응원을 빌린 것 같아요”라고 대여자분들은 말씀해주신다. 옷장지기들이 대여자 분들의 노력과 치열을 기억하는 마음이 감히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2.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오가는 것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스한 말이자, 인간적인 말들.


누구나 고단한 몸을 이끌고 출퇴근 대중교통에 몸을 실으면 ‘앉고싶다’라는 욕구가 마구 든다. 하지만 우린 그래도 노약자와 임산부 분들에게 자리를 우선적으로 양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람은 서로 양보할 때 사회에는 꽃이 피어난다. 내가 쓰지 않는 정장을 기증해서 더욱 필요한 이들에게 대여될 수 있도록 기증해주시는 열린옷장 기증자 분들의 양보가 있기에 대여자분들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필 때 우린 ‘감사합니다’라는 아름다운 말이 오간다. 내가 하는 일이 여느 사회의 노동자 분들의 쓰임과 다를바 없지만, 대여자분들은 감사하게도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해주신다. ‘덕분에 면접을 잘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합격해서 연수원에 들어와있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주신다. 정장 덕분이 아니라 대여자 분들, 당신들이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온 덕분임에도. 감사합니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더욱더 정직하고 책임감있게 열린옷장 일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덕분에.


매력이 2가지 뿐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때론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이 더욱 매력적일 때가 있다.


열린옷장은 찾아오시는 분들의 삶이 진실되고 치열한 만큼 열린옷장도 하루하루가 치열하게 굴러간다. 뜨거운 다림질의 스팀에 한 여름에는 등이 땀으로 다 젖곤 한다. 그렇다고 지칠쏘냐.


살아있는 감정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사회생활 10년차에 접어든 나는 사람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 것을 도우며, 정직하게 일한다는 것이 꽤나 드문 노동이라는 것을, 그리고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조금은 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옷장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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